
[당신의 생각을 변호하는 김기윤변호사 칼럼] 병원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 도박에 썼다면?
병원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 도박에 썼다면?
[사연] 병원비가 급하다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습니다, 얼마 전 연락해서 돈을 갚으라고 하니까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고 합니다.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생각을 변호하는 김기윤변호사 칼럼] 병원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 도박에 썼다면?
[변호사 답변] ‘빌릴 때의 진심’이 사기죄를 가릅니다. “병원비가 급하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에게 선의로 금전을 건넸는데 알고 보니 그 돈이 병원비가 아닌 도박자금으로 쓰였다면 단순한 채무불이행일까요? 아니면 형사상 사기죄일까요? 실제 사건에서 이러한 ‘용도 속임’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며, 민사와 형사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모호한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사기죄의 핵심은 ‘차용 당시의 의사와 능력’
형법 제347조는 “타인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사기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돈을 갚지 않았다는 결과가 아니라 돈을 빌릴 당시 상대방을 속였는지 여부입니다. 다시 말해 차용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용도나 사정을 고의로 숨겼는지가 사기죄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대법원은 “차용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 갚지 않더라도 단순한 채무불이행일 뿐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용도를 속이고 빌린 경우 기망행위!
그러나 이미 다수의 채무로 상환능력이 극히 의심스러운 상태에서 이를 숨기고 금전을 차용한 경우 또는 빌린 돈을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의사였음에도 ‘병원비’ 등의 거짓 사유를 내세운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러한 행위는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재산을 처분하게 만든 것이므로 ‘기망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 판례도 “용도를 숨기고 돈을 빌린 경우 그 사실을 알았다면 상대방이 금전을 빌려주지 않았을 상황이라면 사기죄의 기망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병원비라며 빌린 돈을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히 상대방을 속인 행위에 해당합니다. 질문자가 도박자금임을 알았다면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사기죄 판단의 기준은 결국 ‘빌릴 때의 진심’
결국 금전 차용에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빌릴 때의 진심’에 달려 있습니다. 진정으로 병원비가 필요해 일시적으로 빌렸다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지만 거짓 명목으로 돈을 빌려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사기죄는 고의와 기망의 입증이 관건이므로, 차용 당시의 문자, 통화기록, 송금 내역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사와 형사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그러나 돈을 빌릴 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다면 그 차이는 곧 ‘범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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